집값연구소 · 2026.10.10 · 국토교통부 공공데이터 기반 자동 집계
요즘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은 빚을 덜 진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9월 서울 집합건물 매매의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이 38.9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기조가 맞물리면서 대출보다 자기 자본으로 사들이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실거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 '현금 매입' 흐름이 수도권 전체에 균일하게 퍼진 게 아니라 지역별로 뚜렷하게 갈라서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보다 20.9% 줄었지만 10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오히려 55.9%로 높아졌다. 서울신문도 9월29일 '서울 10억 이하 거래 활발···10월 공급에 실수요 숨통 트일까'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흐름을 짚었다. 둘을 같이 보면 해석이 분명해진다. 규제지역에서는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억원, 25억원 초과면 2억원까지로 줄어 있다. 집값이 높을수록 대출로 채울 수 있는 몫은 작아지니, 고가 주택을 사는 사람은 점점 자기 돈이 많은 사람으로 좁혀지고, 대출이 그나마 통하는 10억원 이하 구간으로 거래가 몰리는 모양새다.
최근 30일 지역별 평균 거래가 상위 10곳을 보면 전부 15억원을 넘는다. 강남구 평균 26.2억원(69건), 서초구 23.9억원(68건), 과천시 22.6억원(3건), 용산구 20.2억원(9건), 성동구 19.2억원(32건), 송파구 17.6억원(99건), 성남분당 16.4억원(83건), 마포구 15.9억원(42건), 광진구 15.1억원(28건), 영등포구 15.0억원(71건) 순이다. 최근 30일 최고가 TOP10도 전부 이 선 위에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2차가 100억원(182.95㎡·3층)에, 현대9차가 75억원(152.28㎡·8층)에 손이 바뀌었고, 용산구 이촌동의 한 단지는 94억원·85억원·75억원·72억원·68억원·50억원·49.5억원까지 같은 달에만 일곱 차례 신고가에 가까운 거래가 이어졌다. 25억원을 넘으면 대출한도가 2억원으로 꺾이는 구간인데, 여기서 거래가 계속된다는 건 그 차액을 자기 돈으로 메울 수 있는 수요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반면 최근 7일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지역 중 경기권만 추리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고양일산동구 52건(평균 5.47억원), 남양주 58건(평균 5.15억원), 부천 43건(평균 5.12억원), 안양 47건(평균 4.18억원), 파주 48건(평균 3.86억원), 안산단원 42건(평균 3.46억원), 평택 44건(평균 3.19억원)이다. 가격은 서울 상위권의 5분의 1 안팎이지만 건수는 오히려 더 많다. 대출 레버리지가 아직 힘을 쓸 수 있는 구간에서 거래가 쌓이고 있는 셈이다.
이 구도에서 실수요자가 챙길 건 단순하다. 지금 노리는 단지 가격이 15억원 선에 가까운지, 25억원 선에 가까운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그 경계를 넘는 순간 대출로 메울 수 있는 몫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자금 계획을 세울 때 '얼마가 더 필요한가'보다 '얼마를 대출 없이 들고 있어야 하는가'를 먼저 계산하는 게 순서에 맞다. 반대로 10억원 전후 구간을 보는 실수요자라면, 지금 거래가 몰리는 곳이 서울 중심이 아니라 경기 외곽이라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과천시(3건)와 용산구(9건)는 30일 누적 거래 건수가 적어 평균가가 한두 건의 고가 거래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 등기 기준 채권최고액 비율은 실제 대출 실행액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고, 이 글에서 다룬 숫자는 특정 시점의 실거래가 집계여서 이후 신고 지연·정정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