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연구소 · 2026.09.07 · 국토교통부 공공데이터 기반 자동 집계
지난달 13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대책의 핵심은 뜻밖에도 '전세대출'이었다. 집을 이미 한 채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그 집에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의 전세대출을, 내년 1월부터 신규로 내주지도 만기를 연장해주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세입자 보호 조치처럼 보이지만, 실은 '전세 끼고 사두고 나는 다른 데서 전세로 산다'는 갭투자의 오래된 공식을 정면으로 겨냥한 규제다. 그렇다면 이 규제가 실제로 노리는 가격대는 어디이고, 지금 수도권에서 거래가 몰리는 가격대는 어디일까.
8·13 대책에 따르면 규제 대상은 수도권·규제지역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부부합산)이 그 집을 세주고, 본인과 배우자 모두 그 집에 실거주한 이력이 없는 경우다. 부모나 자녀에게 세를 준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기존 세입자가 있는 집을 매수해 계약 종료를 기다리는 경우는 예외로 뒀다.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80%에서 70%로 낮아진다. 2025년 6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전면 금지로 한 차례 막았던 갭투자 통로를, 이번에는 '실거주 이력'이라는 잣대로 한 번 더 조인 셈이다.
이런 규제가 나온 이유는 결국 갭투자가 몰리는 곳이 값비싼 지역이기 때문이다. 최근 30일 평균 거래가 상위 지역을 보면 용산구가 17건 평균 33억1917만원으로 가장 높고, 강남구(47건·25억7446만원), 과천시(9건·23억277만원), 성동구(24건·21억2666만원), 서초구(38건·20억7423만원), 송파구(90건·20억5205만원)가 뒤를 잇는다. 성남 분당구(100건·16억2228만원), 동작구(58건·15억7479만원), 중구(19건·14억3821만원), 성남 수정구(29건·14억1679만원)까지 상위 10곳 모두 14억원을 넘는다. 값이 클수록 전세보증금을 낀 매수의 실투자금 절감 효과가 커진다는 점에서, 이번 규제의 실질적 사정권과 겹치는 지역들이다.
그런데 최근 7일 거래량 상위를 수도권만 추리면 그림이 달라진다. 남양주시가 90건으로 가장 많고, 평택시(84건), 군포시(83건), 고양 덕양구(68건), 은평구(60건), 인천 부평구(60건), 파주시(60건), 인천 남동구(60건), 수원 권선구(57건) 순이다. 이들의 평균 거래가는 남양주 5억6068만원, 평택 3억1931만원, 군포 4억1849만원, 고양 덕양구 5억543만원, 은평구 6억3953만원, 인천 부평구 4억769만원, 파주 3억7472만원, 인천 남동구 3억3975만원, 수원 권선구 4억7494만원으로, 앞서 본 14억원 이상 지역과는 가격대 자체가 다르다. 전세대출로 실투자금을 줄여야 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실거주 목적의 매매가 몰려 있는 쪽이라는 뜻이다.
결국 이번 규제로 발이 묶이는 쪽은 값비싼 핵심지에서 전세를 끼고 사둔 뒤 나중에 들어가 살 계획이었던 사람들이다. 반대로 지금 남양주·평택·군포처럼 거래량이 많은 지역에서 전세를 살다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라면, 당장 이 규제와 부딪힐 일은 적다. 다만 전세 낀 매매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실거주 이력을 어떻게 쌓을지, 내년 1월 시행 전에 계약·잔금 일정을 어떻게 짤지는 미리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의할 점 이 글의 거래량·평균가 수치는 실거래 신고 기준으로, 매수자가 갭투자 목적인지 실거주 목적인지는 데이터만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남양주·평택·군포 등이 이번 대책의 '규제지역'에 실제로 포함되는지는 지역별로 다를 수 있어, 개별 매수 전에는 국토교통부나 해당 지자체 공고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7일 거래량은 표본 기간이 짧아 특정 주간의 등락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