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연구소 · 2026.07.31 · 국토교통부 공공데이터 기반 자동 집계
초고가 아파트는 대출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대출한도를 조이는 규제가 이 시장을 비켜간다는 통념이 있다. 집값연구소 실거래 데이터로 확인한 최근 30일 서울 최고가는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 182.95㎡의 112억5000만원(2026년 7월 8일)이었다. 이 가격대에서 은행 대출한도는 사실상 변수가 아니다. 그러나 초고가가 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결론은 절반만 맞다. 대출한도의 그물은 성겨도, 토지거래허가의 그물은 이 단지들을 정확히 겨냥해 촘촘히 덮고 있다.
집값연구소가 집계한 최근 30일 서울 최고가 거래는 특정 지역에 몰려 있었다. 상위 거래의 대부분이 압구정·반포·청담·잠실 등 몇몇 동에서 나왔고, 그 외 지역은 좀처럼 명단에 끼지 못했다. 상위 거래를 금액순으로 추리면 다음과 같다.
| 단지 | 지역(자치구) | 전용 | 거래가 | 거래일 |
| 신현대12차 | 압구정동(강남구) | 182.95㎡ | 112억5000만원 | 2026-07-08 |
| 신현대11차 | 압구정동(강남구) | 183.41㎡ | 105억 | 2026-07-13 |
| 래미안원베일리 | 반포동(서초구) | 116.95㎡ | 90억 | 2026-07-06 |
| 아시아선수촌 | 잠실동(송파구) | 151.01㎡ | 57억5000만원 | 2026-07-03 |
| 청담자이 | 청담동(강남구) | 89.36㎡ | 56억 | 2026-07-11 |
상위 거래의 밀집도 자체가 특징이다. 집값연구소가 뽑은 30일 최고가 상위권은 압구정동이 신현대11·12차, 현대 계열, 신현대9차 등으로 절반 넘게 채웠고, 그 사이를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와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이 비집고 들어왔다. 100억을 넘긴 거래가 압구정에서만 두 건 나온 반면, 서초·송파는 최상단에서 한두 계단 아래에 자리했다. 초고가 시장이 소수의 재건축 유망 단지로 응축돼 있다는 뜻이다.
자치구 평균가로 넓혀 봐도 그림은 같다. 최근 30일 강남구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32억1900만원(92건, 최고 112억50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용산구 24억8600만원(34건), 경기 과천시 22억5600만원(15건), 서초구 22억2000만원(39건, 최고 90억), 송파구 19억7800만원(133건, 최고 57억5000만원)이 뒤를 이었다. 평균가 상위 다섯 곳 가운데 서울 자치구는 강남·용산·서초·송파 네 곳이고, 경기권에서는 과천시가 유일하게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초고가의 최상단은 압구정에 있지만, 반포와 잠실 역시 90억·57억대 거래를 찍으며 같은 리그에 서 있다. 이 세 지역이 규제 지도에서 어디에 속하는지가 이 글의 핵심이다.
2025년 10월 15일 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10·15 대책은 수도권·규제지역 내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2억~4억원으로 축소했다(국토교통부·정책브리핑). 규제의 명시적 타깃은 '대출을 지렛대로 삼는 고가 주택 매수'다. 그러나 100억을 넘나드는 거래에서 2억이든 4억이든 대출한도는 총액의 수 퍼센트에 불과하다. 압구정 112억5000만원 거래를 기준으로 보면, 규제가 손대는 한도는 매매가의 4% 안팎이다. 초고가 최상단이 대출한도 규제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출한도라는 그물은 실수요·중고가 구간에서 촘촘하고, 초고가 구간으로 갈수록 성겨진다.
매수 주체의 성격도 이 괴리를 키운다. 100억대 거래는 통상 대출 의존도가 낮은 자산가·법인·현금 매수자 몫이다. 주담대 한도를 6억에서 2~4억으로 줄이는 조치는 15억을 갓 넘긴 실수요·중고가 매수자의 자금 계획을 크게 흔들지만, 이미 대출을 지렛대로 쓰지 않는 최상단 매수자에게는 체감 강도가 약하다. 규제의 설계와 실제 거래 사이에 구조적 괴리가 생기는 지점이다.
다만 이를 '초고가는 규제 밖'이라고 읽으면 곤란하다. 대출한도는 규제 수단의 하나일 뿐이고, 초고가를 정조준하는 별도의 그물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초고가 거래를 실제로 옭아매는 것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이다. 이 제도 아래에서는 매매 계약 전에 관할 구청의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하고, 허가 신청 단계에서 취득 목적과 자금 조달 계획을 소명해야 하며, 허가가 나면 일정 기간 실거주 의무가 따라붙는다. 임대를 목적으로 한 매입은 허가 자체가 어렵다. 갭투자·우회매수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라, 대출을 쓰지 않는 현금 매수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실거주 의무는 초고가 재건축 단지에 무겁게 작용한다. 압구정 신현대·현대 계열처럼 재건축 기대가 가격에 반영된 단지는 전세를 낀 매입이 사실상 막히고, 매수자가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출한도 규제가 비켜간 자리를 실거주 요건이 메우는 셈이다.
범위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2025년 3월 19일 토허구역 재지정을 발표했는데, 대상은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 4개 자치구의 아파트 전체였다. 면적으로는 약 110.65㎢에 이르며, 지정 기간은 같은 해 3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였다(정책브리핑·KB의 생각). 앞서 2월 잠실·삼성·대치·청담동 규제를 풀었다가 인근 가격이 급등하자 한 달여 만에, 그것도 훨씬 넓은 범위로 되돌린 조치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은, 이 재지정이 강남구와 용산구만이 아니라 서초구와 송파구까지 포함한 4개 구였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앞서 데이터로 확인한 초고가 최상단이 고스란히 규제망 안에 들어온다. 112억의 압구정(강남구)은 물론, 90억의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는 서초구, 57억의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은 송파구 소속이다. 세 지역 모두 3·19 재지정 대상이었다. 초고가 거래가 대출한도 규제를 비웃을 수는 있어도, 토허 허가와 실거주 의무라는 그물은 정면으로 통과해야 하는 구조다.
이후 규제는 날짜를 달리해 한 번 더 넓어졌다. 2025년 10월 15일 발표된 10·15 대책은 토허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과천·광명·성남 분당·수정·중원, 수원 영통·장안·팔달, 안양 동안, 용인 수지, 의왕, 하남)으로 확대했고, 2025년 10월 20일 계약분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적용된다(국토교통부·정책브리핑·경향신문). 3·19가 강남권 4개 구를 겨냥한 '표적' 지정이었다면, 10·15는 서울 전역을 덮은 '광역' 지정이다. 두 조치는 시점도 범위도 다르므로 뭉뚱그리지 않고 구분해 읽어야 한다.
확대의 그물은 서울 경계를 넘어 수도권 초고가 축까지 이어졌다. 최근 30일 자치구 평균가 상위권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경기 과천시(평균 22억5600만원)도 10·15 대책의 경기 12곳 명단에 들어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 출발한 초고가 흐름이 과천·성남 분당 같은 수도권 인접 축으로 번지자, 규제 역시 이 축을 함께 묶은 것이다. 결국 최근 데이터가 보여 준 초고가 상위권 지역은 압구정·반포·잠실이든 과천이든, 대출한도 그물에는 헐거워도 토허 그물에는 예외 없이 걸려 있다.